1. 책 소개
책 제목 :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저자 : 브래디 미카코

2. 아저씨들은 오늘도 시스템의 부속품이었다
브래디 미카코가 만난 '영국의 아저씨들'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새벽마다 공장으로 향하고, 맥주 한 캔에 하루를 털어내는 남자들. 어릴 적부터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배웠고, 해고통지서를 받으면서도 말 한마디 없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을 불쌍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대신, 시스템에 길들여진 인간 군상으로 담담하게 묘사합니다.
"그들은 선택하지 않았다. 그냥 시스템에 넣어졌을 뿐이다." 그리고 이건, 비단 영국 아저씨만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아저씨들고 그러합니다. 회사에선 '꼰대'로 불리고, 집에선 'ATM'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세상이 변했다는데, 왜 이 사람들의 자리는 늘 비좁고 낡았을까?
3.인생이 우리를 속일 때 정부와 언론은 공범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자꾸만 현실 정치가 떠오릅니다. 복지 시스템의 붕괴, 계급 재생산, 청년층의 좌절, 노년층의 고립. 영구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뉴스에서 본 한국 사회가 겹쳐집니다.
"이 나라는 기회가 평등하다."는 식의 말을 믿는 사람은 더는 없습니다. 책 속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은 말합니다."열심히 하면 된다던 어른들의 말은, 그들의 환상이었어요." 그 말이 그렇게 뼈아프게 느껴질 수 없습니다.
브래디 미카코는 이상적인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묻습니다. "당신은 이 시스템을 제대호 이해하고 있느냐"고 말합니다. 그리고 불편하게 만듭니다. '성실'과 '근면'은 당연한 미덕으로 여겨온 우리 사회를, 근본부터 다시 보게 만듭니다.
4. 영국의 아저씨들과 한국의 아저씨들, 무언가 닮았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영국아저씨들'이 겪는 비애가 '우리 아버지 세대'와 너무 닮았다는 겁니다. 자존감은 낮고 책임은 많고, 기회는 줄고, 그들은 조용히 늙어가고,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브래디 미카코의 글은 휴머니즘이 아닙니다. 사회가 누구를 소외시키고, 누구를 무대 위에 올리는가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은밀하고 구조적인지를 파헤칩니다. 실패한 개인이 아니라, 실패하게 만든 구조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가진 자'들은 늘 상처 입은 척하지만, 진짜 다친 사람들은 인터뷰에도 나오지 못합니다. 말이 없다고 아프지 않은게 아닌데, 소리치지 않는다고 괜찮은 게 아닌데.
5."이게 다 너를 위한 거란다"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는 실은 속삭이지 않습니다. 조용한 척하지만, 상당히 통렬한 책입니다. "당신이 실패한 게 아니다.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 놨을 뿐이다." 이걸 아주 부드러운 언어로, 그러나 뼈 때리게 말합니다. 가장 무서운 건 사람들은 이 현실을 너무 잘 견딘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직장인도 영국의 노동자도 너무 오래 참아왔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말합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그게 가장 슬픈 대사입니다. 우리는 그 말에 길들여집니다. 그리고 '인생이 우리를 속이는 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우리를 속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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