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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뱅크시 : 벽 뒤의 남자

by Potji 2025. 7. 5.





1. 익명으로 세상을 바꾼 작가, 뱅크시를 읽다 

'예술은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 ' 이 한 문장을 보고 뱅크시라는 이름을 단순한 낙서꾼이 아닌, 현대미술의 가장 강력한 질문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거리 한복판, 허름한 벽에 그려진 그의 그래피티가 때로는 정치적 선언이 되고, 때로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을 보며 저는 묻고 싶었습니다. "그는 대체 누구인가?" 이 책에서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 여정을 따라가는 책입니다. 얼굴 없는 작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어떻게 세계 미술 시장을 흔들고,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루 수 있었는지를 추적한 본격 평전입니다. 
 

2. 거리에서 태어난 예술, 체제를 비트는 유머

책은 영국의 저널리스트 윌 엘즈워스 존스가 오랜 시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됩니다. 저자는 브리스틀의 골목부터 런던의 거리, 베들래햄의 분리장벽, 디즈멀랜드의 현장까지 직접 발로 뛰며 뱅크시라는 현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가자 흥미로운 부분은 뱅크시의 익명성 전략입니다. 그는 어떤 매체에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의 SNS 계정 하나로 전 세계 수백만 팬과 소통합니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피하면서도, 작품을 통해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그림이 아닙니다. 

  • 총 대신 크래용을 든 병사 
  • 풍선을 쫓는 소녀
  • 키스하는 경찰관

이 모든 이미지들은 단번에 메시지를 이해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뱅크시는 이처럼 대중에게 쉽고 명확하게 다가가는 표현 방식을 택하면서도, 그 안에 체제를 비트는 유머와 아이러니를 담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의 거리 예술이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3. 상업성과 반체제의 아이러니

그러나 이 책이 정말 흥미로운 건, 뱅크시가 예술 시장과의 모순적인 관계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나는 미술계를 조롱했지만, 이제 그들이 내 작품을 수집한다." 그의 그래피티는 공공재였지만, 지금은 경매장에서 수십억 원에 거래됩니다. 심지어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한 작품은 낙찰과 동시에 절반이 파쇄되는 '예술 퍼포먼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책에선 뱅크시의 이런 이중성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그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자본의 중심에 선 존재입니다. 작품이 너무 비싸지는 거 막기 위해 자신이 만든 인증기관을 통해 진위 여부를 통제하고, 오히려 작가 스스로 시장의 규칙을 다시 짜는 권력을 갖게 된 모습은 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줍니다.
 

4. 거리의 예술가가 던지는 질문

책은 작가의 생애를 쫓아가는 동시에, 현대 사회의 모순과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 예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낙서와 예술의 경계는 어디인가?
  • 익명성과 메시지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오히려 뱅크시에 대해 더 궁금해집니다. 얼굴을 알 수 없기에, 그는 더 많은 얼굴을 가집니다. 우리는 그를 사회운동가로, 예술가로, 조롱하는 광대로, 시대의 양심으로 기억합니다. 
 

5. 글을 마무리하며

'벽 위의 남자'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그림들은 세계 곳곳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그는 말하지 않지만, 모든 벽은 그를 말하고 있습니다. 뱅크시:벽 뒤의 남자는 우리가 그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던지는 질문에 '응답하는' 독자가 되는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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