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읽으며
: 허무를 없애지 않고 살아간다는 태도
1. 허무를 느끼는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니라는 말
어떤 날에는 이유 없이 삶이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해야 할 일은 그대로인데, 그것들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없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말은 위로가 되기보다 오히려 더 큰 거리감을 남깁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 질문을 억지로 닫지 않습니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허무를 개인의 나약함이나 일시적인 감정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허무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성격으로 바라봅니다. 삶이 불완전하고, 예측 가능하며, 결국 사라질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사유가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이 관점은 허무를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조건’으로 바꿉니다. 허무를 느끼는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그것만으로도 숨을 조금 편하게 쉬게 합니다.
2. 허무를 이겨내기보다 견디는 언어의 역할
책 속에는 여러 철학자와 문학가의 문장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답을 제시하기 위한 인용이 아니라, 허무한 순간 곁에 놓일 수 있는 언어처럼 느껴집니다. 저자는 허무에 대해 쓰인 문장들이 허무를 없애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 문장들은 허무를 견디기 위해 쓰인 언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위로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흔히 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삶의 허무 앞에서는 해결보다 동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알고 있습니다. 말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말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을 계속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허무를 설명하려는 언어가 아니라, 허무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책의 문장들은 조용히 오래 남습니다.
3. 허술한 삶 속에서 의미가 만들어지는 방식
삶의 시간은 대부분 정해진 수순을 따릅니다.
나이가 들고, 실패를 경험하고, 예측 가능한 하루가 반복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허무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삶의 결함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허무가 생기고, 그 여백 속에서 의미가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삶이 완벽하게 짜여 있었다면, 우리는 말할 이유도 기록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허무 위에 말을 남기고, 기억을 남기며, 이야기를 만들어 살아갑니다. 허무는 모든 것을 삼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사유하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남깁니다.
이 책을 덮으며 느낀 것은, 허무를 없애지 않아도 삶은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허무는 삶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철학이 시작되는 지점일지도 모릅니다. 그 사실을 조용히 인정하는 태도 자체가,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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