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양귀자-모순 리뷰

by Potji 2024. 3. 10.

 

 

1. 책의 선정 이유

정말 오랜만에 오프라인 대형서점을 방문했습니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마지막 서점 방문은 몇 년 전입니다. 손쉬운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집 앞으로 배송해 주는 요즘 시대에 굳이 방문할 이유가 없었다고 핑계를 대면서 말입니다. 

온라인사이트에서 맡을 수 없었던 종이책 특유의 냄새와 핑계대던 저와 달리 부지런히 생기 있는 눈을 가지고 책을 손에 들고 줄지어진 사람들을 보며 진작에 서점에 직접 오지 않은 과거의 저를 반성했습니다. 마지막에 제 손에 들고 온 책이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이라는 책. 불투명한 띠지에 적힌 문구가 제 속마음 같았습니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을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나에 대한 고민이 많고 회의감이 들던 중이라 나랑 같은 고민을 하는 듯한 문장이 좋았습니다. 

 

2. 등장인물 소개

주인공인 안진진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안진진-25살 결혼 적령기에 놓여진 안진진은 두 남자를 결혼상대로 저울에 올리고 계속해서 저울질하는 모습이 결혼적령기에 여자라면 공감이 될 듯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 할 수 있고 결혼으로 인해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통상적인 시대관념을 잘 나타내 주기도 합니다. 

엄마- 무기력하고 술주정뱅이인 아버지를 대신해 양말을 팔고 생계를 이어나가는 굳센 어머니들의 표본이라고 봅니다. 먹고 살기위해서 뭐든지 해내야 한다는 어머니들 말입니다. 가장 억세고 강해보이만 사실 딸의 입장에선 애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이모-엄마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 엄마와 꼭 닮아 조부모님이 키우실 때 헷갈려서 힘들었다 할 정도로 꼭 닮은 외모, 말투, 성격을 지녔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결혼 후 엄마와는 다른 인생의 행보를 가며 엄마의 비교대상이 됩니다. 

 

 

3.  줄거리 

등장인물 소개처럼 주인공 '안진진'은 술주정뱅이이자 무능력한 아버지와 아버지 대신 가장 노릇을 하며 억세게 살아온 어머니 밑에서 자라온 1남1녀 중 장녀로 살아왔습니다. 학창 시절 첫 가출이 비행이 아닌 동생이 신발을 사달라는 말에 중학생이 가출하여 두 달 동안 일한 돈으로 엄마와 동생의 신발을 사 왔던 일화였던 만큼 행동력을 지닌 주인공입니다. 25세 극 중에선 결혼적령기라는 나이에 두 남자를 결혼 상대로 두고 있습니다. 형편은 어렵지만 정해진 틀없이 자유롭게 꽃이 피는 계절엔 들꽃을 사진 찍으러 떠나기도 하는 김장우와 데이트를 하면 모든 코스를 계획해서 일정을 짜오는 남자 나영규 상반되는 두 남자가 있습니다. 내가 더 마음이 가는 남자와 나를 사랑해 주는 남자. 나는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하는 진진이의 이야기가 데이트를 할 때 상반된 두 사람의 모습에 계속해서 속으로 비교를 하며 저울질하는 진진이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또 완전 다른 모습의 삶을 사는 등장인물인 엄마와 이모. 정말 꼭 닮아 외조부모님이 키우면서 헷갈려서 힘들었다고 할 정도로 외모, 키, 성격이 꼭 닮았던 일란성쌍둥이 엄마와 이모의 상반된 삶의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결혼 후 가정폭력을 당하면서도 양말을 팔면서 가장역할을 해야 했던 진진이의 어머니는 점차 여장부가 되고 억세다, 괄괄하단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결혼 후 청담동에 사는 이모의 삶은 평온하고 고상하며 우아하게 사는 삶이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고운 화병에 꽂힌 장미 같은 사람입니다. 

 

 

4.  후기 

계속해서 양립되는 조건들이 등장합니다. 완전 다른 형태의 두 결혼상대후보. 꼭 닮아있던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결혼 후 180도 다른 삶. 

왜 제목이 모순인지 생각하며 읽게 됩니다. 모순 :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두 남자를 생각하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 중 누를 선택할 것 같나요? 극 초반까지만 해도 여느 클리셰처럼 가난하지만 자유롭고 진진이 사랑한다 얘기했던 김장우일 줄 알았습니다. 현실보다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직진할 줄 아는 주인공이었니까 말입니다. 누구를 선택해도 틀린 선택은 없습니다. 무조건 옳은 선택도 없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장에서 진진이는 나영규와 결혼을 하는데 아무래도 엄마와 이모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생각이듭니다. 보는 입장에서는 엄마의 입장은 불행해 보였지만 엄마는 헤쳐나갔고 더 강해졌으며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들꽃이었습니다. 누가 바라봐주지 않아도 악조건에서도 꽃피우려 애쓰는 모습이 엄마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던 겁니다.

이모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다정한 배우자, 해외유학가서 학위를 밟고 있는 잘 키운 두 아이, 부유한 사모님의 삶은 딸들이 바라는 고상한 어머니의 모습 정석인니다. 그러나 화병 속에 있는 장미인 이모는 결국 말라 시들어갔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엄마의 삶이 부러웠다고 합니다. 평온한 삶보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다고. 이 말을 언니인 엄마가 들었다면 배때지가 불렀다고 욕을 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느낄 수가 있다니. 모순된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겉으로 보이는 상황만 보고는 삶을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주인공 엄마와 현실의 엄마의 모습이 닮아있어 많이 몰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와 같은 삶을 닮아가기 싫기도 한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요.

댓글